“남북 간 대화가 새로운 평화의 열쇠”

10.4 선언 10주년 기념강연에 회원과 시민 350여명 참석…문정인 특보, “한반도 위기 엄중하지만 희망 있다”

진혜정/사료관리팀 2017.09.27 11:33 댓글 (1) 조회 (929)

어느덧 10.4 남북정상선언의 10주년을 맞습니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걸었던 평화 통일의 길을 다시 생각하며 노무현재단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초청해 ‘위기의 한반도 평화구축 해법은 무엇일까’를 주제로 기념 강연을 개최했습니다. 현장에 오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주요 내용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이번 강연의 내용은 문 특보가 공적 신분과 별개로 학자적 입장에서 밝힌 ‘사적 의견’이라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23일 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가 북방한계선을 날았습니다. 오늘(26일) 새벽에는 UN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그들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they won't be around much longer).’라고 말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미 전략폭격기가 북한의 영해 계선에서 다소 미치지 못하는 곳에 접근하더라도 응사할 용의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했지요.”

 

동북아시아의 안보 정국이 갈수록 첩첩산중, 오리무중 속으로 빠지고 있다.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26일 서울 63빌딩 1층 세미나룸에서 열린 10.4선언 10주년 기념강연에는 구름떼 같은 청중이 모여들었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진단과 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얻기 위해서다. 지난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정치 전문가다.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 위원장을 역임했고,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학자이기도 하다. 

핸드 마이크를 든 문 특보가 청년 패널들 사이에 마련된 강연자석에 서자 350여 청중의 이목이 일제히 정면으로 향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강연장 맨 뒤편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국내외 취재진의 카메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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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긴장상황 6.25 이후 가장 엄중

"한반도 긴장이 6.25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미루나무 사건(일명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난 1976년이 한반도에서 가장 위기가 고조된 때였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번이 더 엄중하다고 보는 이유는 그때는 미국이 북한과의 우발적 충돌에 대응한 것이지만, 지금은 체계적으로 준비된 군사행동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양쪽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거기다 아직까지는 중국과 러시아가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상황이 엄중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연 82조원(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이르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당하고 있고.

B-1B와 관련해서 ‘코리아 패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가장 우려스러운 건 헨리 키신저처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면 미국이 주한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식의 미-중간 ‘대흥정(Grand Bargain)’을 부추기는 제안이 미국과 중국에서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식 사고를 한반도에 적용해서 강대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으려는 사고거든요. 또 국내적으로는 이렇게 중차대한 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지요."


■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오늘 강연 주제가 ‘한반도 평화구축 해법’인데요. ‘평화 구축’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바로 평화 구축으로 갈 수 있을까요?

평화학자들은 평화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와 ‘불안정하고 단절적인 평화’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눕니다. 후자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평화유지(peace keeping)’라고 표현하지요. 강력한 군사력, 군사동맹 등을 통해 갈등 구조는 남아있지만 현상적으로 평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평화유지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peace making’입니다. 신뢰 구축, 군비 통제, 무기·군사 장비 축소,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불안정한 평화 상태를 관리하려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세 번째가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평화’인데 이것은 국가 간에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구조적 원인을 없애는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평화를 구축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문제는 '평화유지(peace keeping)'의 아주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미간의 전략적 불신을 해소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사를 보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큰 기회가 오기도 하는 만큼, 기회를 활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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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외교 공간 넓혀나가야…새로운 평화 여는 열쇠는 남북간 대화

"더불어 남한과 북한도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해야합니다. 남북 간의 대화는 북-미간의 대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남북 간에 대화가 열리면 북-미간에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 우리를 통해서 얘기하도록 채널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 ‘관계 개선의사’가 담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미가 상호 적대 정책 포기시키는 결과를 이끌어 냈던 것처럼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미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정부의 엄청난 외교력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북한과 대화하게 만들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요. 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단기적인 제재와 압박 정책을 거친 후 중장기적인 대화·협상 정책으로 바꿔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남북 대화를 병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겠지요. 중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한중러 삼각체제, 필요하다면 남북중, 남북러 등 여러 메커니즘을 만들어 우리의 외교 공간 넓혀가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할 생각이 없는 북한, 강경일변도인 미국, 사드 때문에 등 돌린 중국,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안 맞는 부분이 많은 러시아 같은 주변국 상황에 안보 문제에 대해 국내 여론까지 분열되어 있어 대통령께서 상당히 답답하실 것입니다.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10.4 정상선언 이행 합의사항 중 28개항, 바로 실현 가능

"제가 생각하는 남북관계 개선할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2007년 11월 16일 남북총리회담에서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인도적 지원’ 5개 분야에 대해 46개 합의 사항을 작성했는데요. 그 중 28개 항에 대해서는 UN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불구하고 바로 남북 간에 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께서 분명히 말씀하셨듯이 지금이 우리가 북에 대화를 건넬 때는 아닙니다. 북한은 억울해 하지만 북이 UN안보리의 제재 하에 있는 이상,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제재결의안을 위반하는 행동이지요. 이 부분을 자제하는 성의를 보여서 남북한 간에 숨통이 트이면 28개 안은 지금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 후 베를린 선언에 담긴 ‘선이후난(先易後難)’ 원칙에 따라 풀어간다면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강연 풀영상(74:12) 보기

 

기념 강연 주요 참석자 명단

【내빈】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허성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이재정 경기교육감, 백종천 전 참여정부 청와대 안보실장, 원혜영 의원, 조기숙 전 홍보수석, 박선원 전 통일안보전략비서관, 이종오 전 정책기획위원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조은 교수, 장영달 전 의원, 노무현재단 유시춘·정영애․천호선 이사, 이해동·이기명 고문, 강기석·이호철 상임운영위원

【토론 패널】 김기원, 김다정, 김무진, 김민지, 김주원, 박유미, 박해나, 심명민, 오수영, 유경선, 유아랑, 윤기준, 이민주, 장우현, 정다예, 조성경, 허우진, 허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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